삶의 가치와 의미를 찾아 헤매는 현대인에게 픽사가 선물한 영화 "소울".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꿈 하나로 살아온 주인공 '조 가드너'가 사고로 영혼이 되어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시작하는 여정은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우리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연 인생에 정해진 목적이 있어야만 할까? 삶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목적이 아닌 과정으로서의 삶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언제나 그렇듯 시각적으로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준다. '태어나기 전 세상'과 '영혼의 세계'를 표현한 독창적인 그래픽은 마치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듯하다. 하지만 "소울"의 진정한 힘은 화려한 시각효과가 아닌, 우리에게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에 있다.
영화는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꿈만 바라보며 살아온 조 가드너가 목표 달성 직전에 사고를 당하면서 시작된다. 삶의 모든 것을 단 하나의 목표에 걸어두었던 그는 결국 영혼이 되어 자신이 갖고 있던 가치관을 완전히 재고하게 된다. 특히 영혼 22와의 만남을 통해 조는 평생 추구했던 '불꽃'(인생의 목적)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처음 이 영화를 볼 때는 단순한 애니메이션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내 마음속에는 묘한 감정이 일었다. 어쩌면 나도 조처럼 삶의 목표만 바라보며 정작 소중한 일상의 순간들을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재발견하다
"소울"의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는 조가 자전거를 타며 바람을 느끼고,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바라보는 순간이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맡는 바람의 냄새, 가족의 사랑이 깃든 물건,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의 아름다움, 발에 바닷물이 닿을 때의 감촉과 같은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삶을 진정으로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는 장면은 많은 관객들의 가슴을 울렸다.
영화는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왔던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픽사의 다른 애니메이션과 달리 "소울"은 단순한 '재미'라기보다는 삶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그래서인지 어린이보다는 오히려 성인 관객들에게 더 큰 공감과 위로를 준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하루하루를 좀 더 의식적으로 살게 된 것 같다. 출근길에 마시는 커피 한 잔, 동료와 나누는 소소한 대화, 퇴근 후 들리는 도시의 소음까지... 이 모든 순간이 특별하지 않아도 소중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됐으니까.
삶은 목적이 아닌 그 자체로 의미 있다
"소울"의 핵심 메시지는 여태까지 많이 나왔던 재능에 상관없이 하고싶은 일을 하라는 상투적인 메세지가 아닌, 비록 비루하다 느낄지라도 순간순간 이 소중한 삶 그 자체에 대해 조명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영화는 예상을 뒤엎고 '꿈을 이루면 행복해진다'는 식의 단순한 결말을 제시하지 않는다.
"소울"은 모두가 인정할 만한 재능과 성취만이 우리의 존재 가치는 아니며, 인생에 뚜렷한 목적이 있어야만 삶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는 성공과 목표 달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현대사회에서 상당히 신선하고 위로가 되는 관점이다.
종종 나도 질문한다.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 모두가 그렇듯 나도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한 사람일 뿐이다.
그런데 "소울"은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찾는 것보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경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 메시지가 내게는 크나큰 위로가 되었다.
삶은 결국 우리가 만들어가는 작은 순간들의 연속이다. 영화 '소울'은 꼭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목적이 없더라도 하루하루의 소소한 일상 자체만으로도 우리의 삶이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 평범한 진리가, 때로는 비범한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