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원더'가 보여주는 외모 너머의 가치
선천적 안면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소년 '어기'의 성장 이야기를 그린 영화 '원더'는 2017년 개봉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R.J. 팔라시오의 소설 '아름다운 아이'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아름다움이 진정한 가치임을 일깨워주는 감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남다른 얼굴, 특별한 마음
27번의 수술을 거친 10살 소년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는 홈스쿨링을 마치고 처음으로 학교에 가게 된다. 누구보다 호기심 많고 위트 있는 아이지만, 외모 때문에 항상 우주 비행사 헬멧을 쓰고 다니며 자신을 숨겨왔다.
"혼자라고 느껴져도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부모님의 격려에도 학교 생활은 예상대로 쉽지 않다. 또래 아이들의 차가운 시선과 놀림에 상처받지만, 어기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마주하며 천천히 성장해간다.
처음 영화를 볼 때 어기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놀라 움찔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첫 인상은 불편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어기의 얼굴보다 그의 마음과 영혼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이건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어쩌면 이것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우리의 시선이 변화하는 과정을 관객도 함께 경험하게 만드는 것.
모두가 주인공인 이야기
'원더'의 진가는 단순히 어기만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주변 인물들의 시점으로 확장된다는 점이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 영화는 '안면기형을 가진 한 소년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더 나아가 '우리의 보통의 이야기'"라는 것을 보여준다. 어기의 누나 비아의 시선, 그의 친구 잭의 시선, 누나의 친구 미란다의 시선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며 각자가 겪는 성장통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특히 항상 어기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자신의 존재감을 잃어가는 누나 비아의 이야기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나 역시 동생이 있는 입장에서 비아의 감정이 너무나 잘 이해됐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역할과 위치에서 나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메시지가 가슴에 와닿았다.
마음을 울리는 진정한 아름다움
"어둡고 슬픔이 느껴질 수 있는 소재를 가족과 친구와 함께 극복해 나가는 훈훈한 이야기. 어느 누구에게나 있을 여러 결핍은 스스로 이겨나가고 모두 함께 채워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그런 이야기"인 이 영화는 단순한 감동을 넘어 우리 사회의 시선과 편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학교를 졸업하며 1년간 학교에서 가장 모범이 된 학생으로 선발되는 어기의 모습은 마침내 세상이 그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본 것 같아 뭉클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어기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 인물들도 함께 성장했다는 점이다.
이 영화를 본 후 며칠 동안 내 일상의 작은 순간들이 달라졌다.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낯선 사람들의 얼굴보다 그들의 행동과 마음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됐으니까. '원더'는 그저 착한 영화가 아니라, 우리의 시선을 바꾸는 힘을 가진 작품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삶이 각자의 방식으로 '원더(Wonder)'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